성욱이네집 2009. 5. 8. 11:32


선산에 성묘
(2009. 4. 9)

홍성욱은 여러분의 곁에 언제까지나 함께하고 싶습니다.


내 어머니

내 어머닌 1910년 생이시니 올해 팔십 칠세 가 되지만 저 재작년에 돌아가시어 마음 속으로만 그릴뿐 다시는 대할 수 없으신 분이시다. 경기도 용인군 용인면 음터골의 부농의 맏딸로 추석날 태어나시어 생전 생일을 따로 차려 본적이 없으시다고 서운해하시기도 하시었던 아주 평범하시었던 분이었지만 나에겐 아주 특별하신 어머님이시다. 어머님은 초등학교를 마치고 바로 열 여섯에 경기도 안성군 양성면 조일리로 대한제국 경기도 안성군 초대 군수이었던 홍참봉댁의 둘째아들인 내 아버지에 시집을 오시어 평생을 '고생'만을 안고 사시다가 가시었다.

한 살 아래인 내 아버지에게 시집을 오신 내 어머님은 종갓집 둘째 며느리지만 큰어머니가 외국이나 외지에 나가있어 종갓집 맏며느리 역할을 하여야 했다. 큰 어머니는 고종의 비서실장 격인 관리의 딸로 안동권씨다. 큰 아버지는 외국으로 서울로 외국에 나가게시어 군수입네, 참봉 입네 하여 권위 주위에 빠지신 시아버님과 두 분의 시어머님 밑으로 여섯이나 되는 시동생들을 모시며 시집살이를 하시었다. 시동생들을 전부 출가시키고 막 시집살이가 끝나가던 마흔 하나 라는 젊은 나이에 혼자 되셨던 내 어머니는 남달리 자식의 교육에 열성으로 모든 것을 대신 하시고 져 하셨다.

경기도 안성의 두메 산 꼴에서 농사를 지으며 서울의 학교에 중학부터 대학까지 오 남매를 보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불가능 한일이지만 그 일을 해 내신 어머님이시다. 자식들만이 아니라 사촌 육촌 조카들까지도 아니 아들의 처남들까지도 양식을 대가며 학업을 계속 할 수 있도록 배려 해주시던 어머님이시다.

고생이 많으셨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칠순도 안된 연세에 기관지 천식으로 고생하시면 서도 자식들에게 양식을 대주시려 농사를 고집하셨던 어머님은 자식들의 학비를 마련하시던 열성으로 손자들의 학비까지도 노구를 이끌며 대주시려 노력하셨던 분이시다. 명예를 중시하시던 어머님은 직장 생활하는 아들에게도 남자는 아내 모르는 돈이 있어야 한다며 양복 주머니에 꼬깃한 지폐를 아무도 모르게 넣어 주시곤 하셨다.

너무 자식을 위한 헌신에 자식들이 주변머리가 없는지는 몰라도 설사 주변머리는 없다 하더라도 명예를 중히 여기도록 선비정신을 가르치시며 내 어머님은 오로지 자식만을 위한 헌신으로 이 세상을 살다 가신 분이다. 물론 모든 부모님들이 다 그렇지만 내 어머니 자식들에겐 아주 특별하신 어머님이시다. 자식들을 위하여서는 그 무엇이라도 하셨던 내 어머니는 돌아가시는 날 한시간 전 까지도 쉰이 다된 아들에 전 화하여 직장 일을 걱정하여주시던 그런 분이시다.

내 어머니는 자식을 위한 헌신 뿐 아니라 한도 많으셨던 분이지만 한번도 그 한을 내비치시지 않으시고 참으며 지내셨던 분이시다. 나는 이러한 면에서는 도저히 어머님을 쫓아 갈 수 없다. 막내가 결혼하여 첫째 딸을 낳고 백일도 안된 날에 비명에 가고 당신의 딸보다도 더 아끼던 며느리가 일찍 병마로 가는 아픔을 마음속으로 새기시며 남편 잃은 슬픔보다 생전에 자식 잃은 슬픔이 더 크다고 하시던 어머님이지만 그 모두를 천주 님의 뜻으로 돌리시며 묵주를 굴리시던 어머님이시다.

어머님에게 있어 종교는 절대적인 힘이었었다. 거동을 못하시면 서도 매주 성당의 미사를 참석하시었다. 자식의 등에 업이시어 성당에 가 엎드려 기도하는 모습은 하나님까지도 감동시킬 수 있는 무한의 힘을 가졌었다. 어머님의 기도는 '절박' 그 자체였다. 옆에 쪼그려 앉아 있는 나는 감히 내 어머니의 마음을 조금도 들여다 볼 수 없는 신비의 힘이 어머님에겐 있는 것 같이 보였다. 어머님이 살아 계실 때는 성당이나마 모시고 가는 것으로서 어머님의 은혜에 대하여 조금이나마 돌려 드리려고 하였었지만 돌아가신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정말 부끄럽다.

어머님에게 못 다한 은혜의 보답을 처가의 어른에게라도 조금이나마 갚고 싶다. 오늘 난 카네이션을 들고 처가의 어른들이나 찾아보아야겠다!.

1996년 어버이날에...

언제나 행복하소서~


홍성욱 드림



홍성욱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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